[채민기 기자] 생체 인식 기술 벤처 '슈프리마' 이재원 의장
133국 1000여 고객사 확보… 가로·세로 4㎜ 초소형 센서에도 지문 인식하는 기술 개발

"무섭게 추격해오는 중국 업체들과 기술 경쟁이 점점 치열해질 것입니다. 이젠 공부하지 않으면 사업하기 어려운 시대입니다."

지문(指紋) 인식 기술 벤처기업 슈프리마의 이재원(48) 이사회 의장은 매주 화·수요일 오전엔 무조건 시간을 비워놓고 상품기획·연구개발(R&D) 담당 임직원들과 기술 토론회를 연다. 발표자가 준비한 주제로 화두를 던지면 서로 자유롭게 토론하는 세미나 방식이다. 그는 2000년에 창업해 현재는 슈프리마 이사회 의장과 지주회사인 슈프리마에이치큐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이런 방식으로 연구 개발을 직접 챙기고 있다. 슈프리마와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직원 194명 중 63%인 123명이 연구 개발 인력이다. 그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지문 인식 기업이 중국에만 수십개 있다"며 "이들과 차별화하려면 결국 우수한 기술 인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슈프리마는 지문 등 생체 인식 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출퇴근 기록 시스템 등에 탑재되는 지문 인식 알고리즘(algorithm·컴퓨터가 작동하는 수학적 논리 공식)이 주력 제품이다.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해 현재 세계 133개국에서 1000여개가 넘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모바일 지문 인식 시장 본격 진출



건물 출입 통제 시스템, 기업 출퇴근 기록장치 등에 쓰이는 지문 인식 기술을 주로 공급해온 슈프리마는 최근엔 스마트폰용 지문 인식 시장에도 새롭게 진출했다. 지난달 대만의 센서 제조업체인 '이지스테크놀로지'에 지문 인식 알고리즘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지스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A·C 시리즈 등에 사용되는 스마트폰용 센서를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폰 지문 인식 센서는 삼성·애플은 물론 중국의 중저가 제품에도 이미 광범위하게 탑재되고 있다. 이 의장은 "이번에 공급하는 알고리즘은 세계 최소 크기 센서에서도 지문을 인식할 수 있다"며 "'작은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센서가 클수록 많은 지문 정보를 받아들여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센서 성능은 면적에 비례한다. 하지만 슈프리마의 지문 인식 기술은 가로·세로가 각 4㎜인 초소형 센서에서도 작동한다. 건물 출입 통제 시스템처럼 큰 센서를 사용할 수 없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이 의장은 "중국 스마트폰에 센서를 납품하는 업체들과도 제품 공급을 논의 중"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웨어러블(착용형) 등 다양한 기기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문뿐 아니라 얼굴이나 홍채(虹彩)를 인식하는 방식의 보안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안면·홍채 인식 방식 보안 기술은 지문 인식처럼 센서에 피부를 직접 접촉할 필요가 없어 손에 짐을 들었을 때도 인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의장은 "스마트폰 지문 인식 기술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도 생체 인증의 편리함을 깨닫고 있어 앞으로 생체 인증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 정신 유지하려 회사 분할"



이 의장은 창업 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에서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삼성자동차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되자 회사를 나와 창업을 선택했다. 그는 "창업 초기 외부 의뢰로 지문 인식 기술을 개발한 것을 계기로 생체 인식 분야에 집중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회사를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슈프리마에이치큐'와 '슈프리마'로 분할했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외교부·경찰 등 공공 부문을 담당하고, 슈프리마는 지문 인식 기술 개발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각종 단말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 의장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의사 결정이 느려지는 등 문제가 나타났다"며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창업 초기 벤처 정신을 이어나가기 위해 회사를 분할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