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세계로 뻗어나가는 기업 슈프리마
5억 무이자 대출해주는 이 회사… 집 사니 둘째 낳더라
March 05, 2024

27일 경기 성남시 슈프리마 내 회의실에서 직원들이 휴대전화 및 테블릿PC에 있는 아이들 및 가족사진을 보여주고 있다./남강호 기자

[아이가 행복입니다]
[아이 낳게 하는 일터]
AI 보안업체 ‘슈프리마’

경기 성남시의 인공지능(AI) 보안 업체 ‘슈프리마’ 연구원 윤시웅(41)씨는 일곱 살과 네 살 두 딸을 뒀다. 둘째를 낳겠다는 결심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회사가 직원 1인당 최대 5억원까지 ‘무이자 주택 대출’을 해주자 마음을 굳혔다. 윤씨는 “집을 사고 나니 자연스럽게 ‘한 명 더 낳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출이자 등을 걱정했다면 양육비 부담으로 아이 둘을 키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부양가족과 근속 연수 등을 심사해 주택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 200명 조금 넘는 중소기업이지만, 출산·양육 지원 제도는 대기업 이상이다. 기혼 직원 107명이 키우는 8세 이하 자녀가 67명이나 된다. 작년 10월 기준 직원들의 평균 자녀 수는 1.5명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 0.72명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해 출산·육아 모범 기업으로 뽑혀 여성가족부 장관상도 받았다.

김정현(40)씨는 일곱 살 아들을 키우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제도로 ‘유연한 근무 시간’을 꼽았다. 회사는 매주 금요일은 4시간만 근무하는 4.5일제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0.5일은 유급휴가다. 맞벌이 부부인 김씨는 아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있는데, 금요일은 일찍 퇴근해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시어머니가 돌봐줄 수 없는 날에는 ‘시차 출근제’를 활용한다.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자유롭게 출근할 수 있어 아침에 아이를 더 돌볼 수 있다고 한다. 김씨는 “다른 회사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는 한두시간 때문에 연차나 반차를 써야 하는 경우도 많다던데 여기선 연차 소진 없이도 시간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직원이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하면 회사는 대체 인력을 채용해준다. 휴직 2~3개월 전부터 대체 인력이 나와 인수인계를 하기 때문에 부서 업무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직원이 담당하는 프로젝트도 사전에 조정해준다. 남자 직원도 같은 조건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육아휴직을 써도 고용 유지율(복직 후 6개월 이상 근속)은 92.3%에 이른다. 직원들도 육아휴직 후 복직해 계속해서 근무하는 선배 사례를 주변에서 볼 수 있으니 비교적 안심하고 육아휴직을 고려한다고 한다.

회사는 대체 인력을 정식으로 채용하고, 이 직원이 출산하면 다시 대체 인력을 구해주기도 한다. 이정민(39)씨는 5년 전 육아휴직자의 대체 인력으로 입사해 다니고 있다. 그사이 출산해 네 살 아들을 두고 있다. 지난해 이씨는 아이의 유치원 하원 시간에 맞추기 위해 ‘육아기 단축 근무제’를 이용했다.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으면 주당 15~35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다. ‘남녀 고용 평등법’에 규정돼 있지만 중소기업에선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이씨는 오후 3시까지만 일하고 아이를 돌본다. 그는 “눈치 보지 않고 육아기 단축 근무를 썼다고 하자 큰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 모두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현금 지원도 있다. 여직원은 자녀가 0세부터 만 5세까지 월 10만원, 자녀가 5세 이상이면 남녀 직원 모두 월 20만원을 받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대학생 자녀가 있으면 학기당 최대 40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1년에 한 번 자녀를 회사에 초청하는 프로그램도 반응이 좋다. 자녀들은 엄마, 아빠가 다니는 회사에 와서 공장을 견학하고 회사가 생산하는 제품을 직접 조립해보는 체험을 한다. 사원 복지를 담당하는 박준연(39)씨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견학한 자녀들이 엄마,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후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재원 슈프리마 회장은 “임직원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다”며 “주거 안정성을 높이고, 출산·육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출산·육아 복지 비용을 3배 늘렸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보안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글로벌 보안 매체 A&S 인터내셔널이 선정하는 세계 50대 보안 기업에 12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중동·유럽 등에 8개 해외 지사를 뒀다.

김윤주 기자 (yunj@chosun.com)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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